작성일 : 13-04-12 08:46
韓保江 중앙당교 연구소장 방한 인터뷰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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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제사회 모르는 듯 … 어떻게든 남북 소통을"

[중앙일보] 입력 2013.04.12 01:44 / 수정 2013.04.12 02:45

한바오장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장 인터뷰
한반도 현 정세 위험한 상황인가 - “정말 위험하면 내가 한국 왔겠나”
전쟁 나면 중국이 군사원조 할까 - “누가 전쟁 일으켰는지 따라 달라”


 
“북한의 새 지도자가 국제사회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중국 공산당의 엘리트 양성 기관인 중앙 당교(黨校)의 한바오장(韓保江·50·사진) 국제전략연구소장은 최근 한반도 사태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국제질서와 국제정세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해 부족을 꼽았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면 사태를 이 정도까지 악화시키진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와의 비공개 전략대화를 위해 10여 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9일 방한한 그를 중앙일보가 인터뷰했다.


-한반도의 현 정세를 어떻게 보나. 대단히 위험한 상황인가.

 “(웃으며) 지금 내가 한국에 와 있지 않은가.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봤으면 우리가 여기에 왔겠는가. 올 때 보니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비행기가 꽉 찼더라.”

 -위협적인 언행으로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이 나서서 좀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동맹국이란 표현은 잘못됐다. 동맹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유지해온 중국 외교의 원칙이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우방일 뿐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평등한 두 나라 간의 정상적 국가 관계다.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이 중재를 할 순 있지만 압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1961년 체결된 ‘조·중우호상호원조조약’에 따르면 한쪽이 침략을 받아 전쟁 상태에 들어가면 다른 쪽은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게 동맹 아니고 뭔가.

 “조약이 체결된 냉전 시절과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지금 중국은 국제질서에 편입돼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중·조 관계는 정상적인 국가 관계일 뿐이다. 형제국이란 표현도 적절치 않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가 일으켰는지가 중요하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대북정책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대북 정책과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정책의 기조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똑같이 중요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컨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누가 됐더라도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국제사회의 규율을 어기는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중국도 일방적으로 두둔하지 않는다.”

 -중국이 대북 지원을 중단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풀 수 있는 문제인데도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보다 북한 체제의 안정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안 풀리는 것 아닌가.

 “북한이 어떤 체제를 택하느냐는 전적으로 그들 자신이 알아서 할 문제다.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우리는 북한의 체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조는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다. 굶주린 주민에게 밥을 먹이는 문제를 핵 문제와 연계시킬 순 없는 일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내부적 목적이 크다고 본다. 북한의 새 지도자로서는 내부의 안정과 통치력 강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고양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북한의 새 지도자가 국제사회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로 하여금 국제사회를 알게 하는 것이야말로 사태 해결의 관건이라고 본다.”

 -특사 문제를 놓고 한국 내부에서 논란이 있다.

 “한국 정부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오해를 풀 수 없고 화해할 수도 없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 당사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골육상쟁의 비극이 일어나는 사태를 피하려면 양측이 어떻게든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지금 북한은 고무공과 같다. 고무공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 높이 튀어 오른다. 누르는 힘을 조절함으로써 더 이상 튀어 오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 사자성어에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있다. 조용하게 흐르는 물이 바윗돌도 뚫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이유극강(以柔克强)’이란 말도 있듯이 부드러운 것이 때로는 강한 것을 이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사태는 미국과 중국도 원치 않을 것이다. 양국 정상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할 것으로 본다. 두 나라만이 아니라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도 다같이 나서야 한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덩위원(鄧聿文) 부편집인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글을 실어 큰 파문이 일었다.

 “어떤 주장을 펼 때는 확실한 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단순한 추측에 근거해 글을 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그가 FT에 기고한 글은 중국 공산당의 전반적 시각을 대변한 글이 아니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한바오장=1963년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 출생. 허베이대학 경제학과를 거쳐 난카이(南開)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취득.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로 재직하며 경제 시스템 개혁, 국유기업 개혁, 소득 분배, 경제 글로벌화 등을 연구. 2012년 11월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