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한중관계의 전망-한국통일 문제를 중심으로2019-08-06 16: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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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관계의 전망-한국통일 문제를 중심으로  

 

이 영 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1. 들어가면서

필자는 지난 5월 18일 중국 샹하이(上海)의 푸단대학(復旦大學)에서 한국통일과 중국에의 기대(韓國統一與對中國期望)라는 제목으로 중국 각 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과정을 밟는 대학원생들이 중심이 된 제9회 박사포럼에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필자에게는 실로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한반도가 통일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에 한중간에는 일찍부터 통일을 위한 대화가 정부수준은 물론이거니와 민간수준에서도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중국을 상대로 통일문제를 꺼내들고 접근하기가 꺼려지는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역사적인 이유로는 중국이 민족해방전쟁이라는 미명하에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 전쟁에 항미원조(抗美援朝)를 구실로 참전했고 현실적으로는 중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은 물론 최근까지도 북한정권의 잘잘못에 관계없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강력히 두둔해 온 북한후견 동맹국이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한반도가 한국주도로 통일되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해양세력이 한만(韓滿)국경지대로 세력을 신장시켜 중국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간주, 북한을 중국안보를 위한 전략적 완충지대나 순치(脣齒)관계로 정의하면서 한국주도의 통일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간 한중간에는 국교가 열려 20년이 지났고 이 기간 동안 경제, 문화, 사회분야에서의 교류, 인적왕래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치나 안보분야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고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이라는 사실 때문에 서로 간에 믿음을 나누기가 힘들었다. 특히 미중양국관계는 협력과 경쟁을 공유하기 때문에 양국관계가 요동치면 그 여파는 남북한 관계에 그 영향이 그대로 파급되었다. 

 
그간 한중관계는 수교와 더불어 협력동반자관계,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양국관계를 수식하는 용어는 변해왔지만 실질적인 면에서는 큰 변화가 체감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교20년이 지나면서부터 한중관계는 조금씩 질적 변화가 싹터오다가 최근에는 양국협력에서 커다란 질적 변화가 가시화되기에 이르렀다. 

 

2. 주목할 만한 주변정세변화

 

①중국의 경제대국으로의 부상

작금 년 간에 한반도 주변정세는 큰 폭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의 개혁개방이 30년을 훨씬 넘어서면서부터 지구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대로 G2의 반열에 올랐다.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중국인의 사고가운데는 이데올로기보다는 경제적 이익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오늘날 중국이 당면하는 국내문제로서 경제침체나 격차문제를 측정하는 지니계수, 부정부패, 정치개혁 등의 과제는 과거에는 공산국가들이 아닌 서방 세계가 당면했던 과제들이다. 

 
오늘날 시진핑(習近平)이 다스리는 중국은 인민들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모택동(毛澤東)이나 등소평(鄧小平)이 다스리던 시절과 크게 달라졌다. 毛나 鄧시절의 중국인민은 공산당이 먹을 것을 해결해주면 고마워하는 인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인민은 빵도 있고 재산도 있고 정보도 있고 환경문제에 대해 시비를 걸 줄 아는 인민으로 변했다. 

국제경제 환경이 악화되면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국으로 변했다. 1978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현대화개혁은 중국자신의 경험이나 자본축적의 결과가 아니고 서방의 자본과 기술과 경영의 도입을 통해 이루어졌고 오늘날 중국이 누리는 경제성장과 발전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2001년 이후 부터였다. 

 
이 결과 오늘날 중국과 북한간의 차이는 한국과 중국 간의 차이보다 훨씬 크고 깊게 되었다. 중국과 북한 간에는 이제 공유하는 이데올로기가 사실상 사라졌다. 

 

②한중간의 경제협력의 확대

한중교역량은 수교이후 점진적으로 증대되어 오다가 2013년도에는 2500억 달러로 늘어나고 앞으로 3000억 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이 증대되는 것에 비례해서 양국 간의 인적 교류도 급신장, 작년의 600만인에 이어 금년에는 700만인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양국을 잇는 주요항공편도 매주 840편으로 중국의 주요도시와 한국을 연결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교역량은 65억 달러에 지나지 않고 인적 교류도 기 백 명에, 항공기도 주당 5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중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 중의 하나가 한국임은 자타가 공인한다. 한국이 북한에 비해 중국에 훨씬 중요한 국가로 변한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한중교역량은 한미교역량(850억 달러)과 한일 교역량(750억 달러)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2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한국의 대 중국무역의존도는 27%에 달한다. 

이제 한국은 어느 경우에나 중국과 적대하거나 중국을 반대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중국의 지도층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요즘에는 미국지식인들 가운데 앞으로 한국이 미국보다는 더 친 중국이 되지 않을까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③ 북중관계의 악화

북한은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3차에 걸친 핵실험과 로켓발사를 함으로써 중국과 북한 간에 안보문제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중국과 북한 간에는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1961〜2021)에 따라 북한이 외부의 국가나 집단의 침략을 받아 전쟁상태에 들어가면 중국은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제공하기로 되어있지만 북한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독자적인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대미 접촉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왔다.
 
북중양국은 같은 동맹국이면서도 합동군사훈련을 한 바도 없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에 중국은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 양자 간에는 이미 안보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고 양자관계는 무늬만의 동맹관계로 변했다. 

 
요즈음 중국지식인 사회에서는 북한을 중국안보의 완충지대로 보자는 전통이론을 미사일과 핵잠수함 시대에 맞지 않는 시대역행적 견해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이제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화근이라는 주장이 급속히 대두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는 북한 핵이 미국안보에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의 안보에 부담과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새로운 흐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장성택 처형사건의 대외공개는 김정은의 이미지를 21세기 최악의 독재자, 살인자로 국제사회에 투영시킴으로 인해서 중국이 종래처럼 북한을 마구 감싸주기 힘든 상황이 조성되었다.(중국네티즌들이 엄청난 비난과 비판여론은 중국정부에 큰 압력이 되고 있다.) 

 

④ 북 핵을 보는 미중양국간의 시각변화

북한 핵을 보는 태도에서 미중 간에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정세변화에서 빠트릴 수 없다. 1994년 북핵문제가 등장하던 초기에는 북 핵은 미국과 북한 양자 간에 해결해야할 과제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 진전되면서 북핵문제는 북한의 핵무장으로 안보상 영향을 받는 한반도 주변국 모두의 안보이해에 걸린 문제로 재정의(再定義)되었고 이러한 평가의 산물이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겨냥하는 6자회담이었다. 

그러나 6자회담이 아무 결실 없이 10년 세월을 허송하고 북한이 3차에 걸쳐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고 이에 맞서 유엔안전보장 이사회가 4회에 걸쳐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를 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을 대표해서 북 핵문제를 담당하는 존 케리 국무장관은 북 핵은 중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며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킬 경우 미국은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미국의 핵우산의 확대를 통해 억제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북 핵의 주도적 해결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것이다. 


중국도 작년 초부터 중국은 이른바 표본겸치(表本兼治)를 명분으로 북ㆍ핵 포기(表)와 아울러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메커니즘(本-휴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포함)을 동시에 정립하자는 신6자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의 제안은 북 핵 포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입장변화 없이는 6자회담을 재개할 필요가 없다는 한미양국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중국이 6자회담재개를 위한 여건조성에 노력한 결과 최근 새로운 차원의 논의가 시작되었다. 

지난 2월초 한국방문에 이어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대화에서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에서 도출된 9.19합의를 수용, 이행토록 할 만큼 중국이 현재 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중국 측의 진의를 타진,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 핵 포기를 위한 신6자회담의 정치과정이 조만간 가시권(可視圈)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 6자회담이 과거와 다른 점은 중국이 북 핵 해결의 주요책임을 떠맡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3. 한국주도의 통일문제 제기 필요

지금까지 동북아시아의 정세긴장은 한국휴전협정이래 북한의 도발로 시종되어 왔다. 특히 21세기가 시작된 10년 동안 북한의 핵무장 시도와 미사일 개발은 동북아시아 긴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었다.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국제사회가 더 이상 방치할 수없는 안보위협으로 받아들여져서 중국마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 제재결의안이 4차에 걸쳐 유엔안보리를 통과했다. 

결국 중국도 북한의 핵문제가 미국과 북한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자신의 안보에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북한의 핵개발에 레드카드를 빼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조만간 열릴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 동북아 정세가 일본아베정권의 일탈행동 때문에 정상간 대화나 외교교섭의 필요성을 한층 더 요구하기 때문에 한반도 주변국들 간에 공통된 이해를 수렴하는 제2의 6자회담(신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6자회담은 북한을 제외한 모두가 북한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행 합의를 토대로 하고 중국책임하에 추진되기 때문에 북한의 핵 포기에 관한 가시적 합의를 생산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진바 영향력을 강도 높게 구사할 의지를 내비친 점에서 유추된다. 

현재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 폐기시키는 것은 동북아시아대륙의 긴장을 줄이는 중요한 당면과제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당장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는 한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할 긴장의 불씨는 언제나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 핵 폐기와 병행해서 한반도를 운영하고 관리할 주체가 한반도의 비핵화, 개방화를 실현할 정부주도로 통일되어야 비로소 동북아시아 긴장의 진원지, 동북아시아 화약고로서의 한반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의 구심점으로 변할 것이다.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지역안보를 항구적으로 보장할 메커니즘 형성의 전기도 조성될 것이다. 

이 경우 한반도 휴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안보장치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핵심내용으로 자리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통일에 선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의 도래야말로 한국의 통일기회를 증진시키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가 한국주도로 통일되면 중국은 다섯 가지의 큰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한반도가 명실상부 비핵개방체제가 됨으로써 중국의 핵심 국익이라고 정의하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확보될 것이다. 

 

둘째로 일본의 우경화가 몰고 올 핵무장화의 명분을 없앰으로써 일본의 군국화를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공식적으로 핵무장을 하지 않았지만 전략가들은 사실상의 핵 국가로 일본의 핵능력을 평가한다. 

 

셋째로 EU나 NAFTA에 비견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역내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넷째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대등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되게 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비롯되는 안보상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다섯째 중국의 골칫거리였던 탈북자 문제가 원천적으로 치유되고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노동력을 흡인할 것이다. 

이러한 전망에서 통일한국은 군사강국을 지향하지 않고 지정학이 한국에 부여하는 운명-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상황-을 수용해서 문화강국, 경제 강국, 과학기술강국을 지향할 것이다. 

 

중국 측에 이런 실리가 전망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한반도 통일문제를 적극 제기할 호기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6월 한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동반자가 될 것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정세 관을 반영한 것이다. 한중정상이 통일문제를 의제로 놓고 대화하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이를 계기로 금년 연두기자회견에서 박대통령은 통일대박 론을 제기했으며 정부의 경제혁신에 관한 대국민담화에서는 통일준비 위원회를 구성하여 통일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4. 결론 

 

필자는 국토통일원 정치외교정책담당관으로 재임하던 1975년 한양대학교 중국연구소가 발행하던 중국연구 제1권 1호에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이론적 시도”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았지만 중국의 협력 없는 통일을 상상할 수 없다는 연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사명감에서 그런 글을 썼다. 

그 후로 부터 27년만인 1992년 한중간에 국교가 열렸고 수교이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역사는 
“수교가 꿈이던 시절로부터 통일이 꿈인 시절”로 바뀌고 있다. 한중관계는 항상 중국이 甲이고 우리가 乙인 관계이지만 한국이 오늘날 도달한 경제발전, 과학발전의 수준에서 보면 甲에 준하는 乙의 수준에 한국이 올라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축적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통일문제를 중국에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호호탕탕 통일문제를 내놓고 이야기 할 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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